내 집 마련기(1) - 경기 광주에서 매물 찾기

부부가 10월 만기 전세 종료 후 자가 구매 결심, 경기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검색 및 임장 경험을 담은 1부. 교통편, 가격대, 주차, 생활환경 등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하며 신중한 선택 과정을 상세히 기록.

내 집 마련기(1) - 경기 광주에서 매물 찾기

우리 부부는 결혼 전에 살림을 합쳤을 때도, 서울 내 적당한 월셋방에서 거주했고, 결혼준비하며 전세집을 구할 때 일산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나는 차로 마곡까지, 찌는 지하철로 강남까지 출퇴근하며 각각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땅에 버리고 있었는데, 내 회사가 강남으로 이전하려고 계획을 슬슬 잡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친김에 전세계약도 올해 10월까지가 만기이니, 아예 자가를 구입하기로 했다.

의견의 합치를 본 후엔, 매물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는 아래같은 조건으로 집을 찾기 시작했다.

  • 아무리 비싸도 5억을 넘을 수 없음(상태가 구릴 경우 리모델링 포함)
  • 정책대출(보금자리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KB시세와 실거래가격이 너무 차이나면 안됨
  • 지하철 역과 지나치게 멀 수 없음
  • 대중교통으로 소요되는 시간만 고려할 때 강남으로의 편도가 40분 이내로 끊겨야 함
  • 세대 전부 주차할 순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지하주차장이 있어야 함
  • 복도식 NO

이번 글은 그런 흐름을 거쳐 광주에서 매물 탐색을 했던 기록이다.

* 매물 서치하고 임장한 내용을 노션 공유페이지로 같이 작성하며 정리했다.

스포하자면, 광주에선 계약할 집을 찾지 못했다.


처음엔 서울 안쪽은 당연히 비쌀꺼라고 생각해 경기 외곽을 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경기 광주를 보게 된 이유는 고등학교 친구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청첩장을 주기 위해 만난 고등학교 친구는 현재 경기 광주에 터를 잡고 있는데,

이 친구가 해준 얘기중 경기 광주역 앞에 있는 전용84를 3~4억으로 구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물론 시기상 집 구매는 더 예전이긴 함).

그렇게 네이버 지도로 봤던 경기 광주역 앞의 아파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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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시점과 현재는 조금(조금? 두 밴데?) 괴리가 있긴 했다 ㄱ-

대신 줌을 좀 풀고 멀리 보면 3~4억 대의 집이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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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기 광주를 갔을 떄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우리는 우선 여기서 가격대가 맞는 아파트를 몇 가지 보면서 임장을 가보기로 했다.

맨 처음엔, 쌍령동성 아파트를 눈여겨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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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버스를 타고 경기광주역으로 가서 경강선을 탈 수 있으면서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 임장을 가기 전 실입주민 리뷰라던가 거주 후기 같은 것들을 어플과 인터넷에서 찾아보던 중, 이 근처로 오는 모 버스노선과 입주민의 마찰로 버스 노선 하나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보고 눈을 돌렸다(링크를 잊어버려 내용이 정확하지 않음).

광주역 주변 도보가능한 아파트가 많지 않아, 차량출퇴근을 하는 것도 선택지에 추가하고나서 보인 곳은 광주 태전동의 쌍용스윗닷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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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히려 고속도로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가보니 아파트단지와 학교가 있어 기본적인 상가들은 잘 형성된 편이고, 발코니 등 서비스 면적이 괜찮게 나오긴 했지만 매물로 봤던 공실의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다(실제로 매물은 많으나 구조는 똑같으니 이걸 보자고 함).

이 단지의 매물을 많이 보진 않아서 모르겠으나, 평균적인 가격대에 나온 매물들의 컨디션은 다 그 매물과 똑같다고 해서 발길을 돌렸다.

그 옆에 3단지도 보려고 했는데, 리모델링, 인테리어도 안된 매물 가격들이 더 비싸게 형성되어 있었고, 심지어 부동산과 연락하던 도중 실시간으로 가격을 더 올리는 건들도 있었어서 안 갔다.

심지어 모 부동산은 집을 벌써 보실 필요가 있냐는 둥 오지랖 오지게 부리면서 집 보여주는 것 자체에 비협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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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과 분노의 흔적

쌍용 2단지를 보여줬던 부동산에서 또 보여줄 게 있다며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도로 건너 성원상떼빌이었다.

네이버 지도로 이거저거 검색해보니까 나름 강남으로 가는 광역버스도 아파트 단지 인근에 몇 개 있었어서 선택지에 편입시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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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 대단지 내부에 들어갔을 때 느낌은 내가 어릴 때 살던 구리시 동구동의 느낌과 거의 완전히, 99%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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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 때도 8호선좀 뚫어주지...

대로 하나를 끼고 아파트 단지가 옹기종기 모여서 형성한 대단지이기도 하고, 비교적 과거에 형성되었던 곳이라 그런지 정말 느낌이 흡사했다. 구축 아파트들과 그 앞의 낮지도, 높지도 않은 상가건물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풍경이 약간 정겹게 느껴지도 했다.

그러나, 성원상떼빌 매물을 보기 위해 차로 이동할 때, 구리에서 살때도 느꼈던 '좁은 길을 신호 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 사이를 먼저 가려고 비집고 다니는 버스, 그들에게 길이 막힌 차량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 출퇴근 시간에 버스가 여길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출퇴근 시간에 버스가 강남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니 1시간 넘게 소요된다는 걸 보고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럴거면 그냥 지금 있는 일산에 있으면 되니까 =ㅅ=.

종합적으로 역에서 멀어지면 좀 많이 멀어져야 했고, 컨디션도 맘에 들지 않는 등 해서

'한 정거장 쯤은'이라고 자위하며 그 다음 역인 초월역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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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본 초월역 코 앞에 있는 아파트 두 단지는 5억을 사뿐히 넘고 있었다.

심지어 낙천롯데아파트는 입주민 리뷰에 층간소음이 상상이상이고, 교복과 담배가 공존한다는 글이 있어 가볍게 넘겼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초월역에 갈 수 있는 아파트로 범위를 넓힐 수 밖에 없었고, 조금 위에 형성된 아파트 단지들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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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세대당 주차대수, 전용면적, 준공년도나 실거주 리뷰 등을 살펴본 뒤 직접 가보기로 결정한 아파트는 신축인 초월역한라비발디와 초월e편한세상 1단지와 2단지였다.

이 아파트 단지 사이에 마을버스 종점역이 있어 출근시간에 마을버스를 타고 초월역으로 갈 수도 있다(배차는 굉장히 길어 놓치면 끗.....).

그 외에 공통적으로 언덕길 위에 형성이 되어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가 있다보니 언덕길에 30속도 제한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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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e편한세상 1단지와 2단지는 붙어있고 아파트단지 가장자리의 폭 좁은 길로 이어져있는 관계였다.

2단지 매물이 1단지보다 소폭 비싸고, 주차자리가 조금 더 많다(2단지 : 1.25대, 1단지 : 1.01대).

두 단지 모두 외관은 정말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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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서 1단지 매물을 봤는데, 구축 아파트라 가격 대비 내부는 확실히 넓게 가져갈 수 있었다(3.3억 정도에 전용84). 발코니도 넓고 커서 좋았고, 예전 유행인 베란다와 현관의 '화단'이 있어 오히려 분리수거를 모아놓는다거나, 상판을 깔고 커피 테이블로 쓴다거나 하는 용도로 쓰기 좋아보였다. 해도 잘 들어서 정말 '화단'으로 쓸 가능성도 있었다.

단, 내부는 세월의 흔적을 확실하게 볼 수 있어 자가로 거주하려면 올 리모델링은 필수적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그래도 내부가 넓어 주방을 아일랜드 구조로 만들 공간도 충분했고, 돈만 충분하다면(-_-) 하기 나름이었다.

그런데, 주차가 정말 심각했다. 일단, 평수가 약간 작은(그래도 전용80, 81) 101동은 지하주차장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103동 쪽이 지하주차장 크기가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택도 없었다.

여기는 1단지와 2단지를 잇는, 위에서 이야기한 폭 좁은 사잇길이다. 아스팔트가 아니라 인도 보도블럭이 깔려있는데, 차들이 여기를 틀어막다시피까지 하며 주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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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정말 인도가 맞느냐?고 하면 바로 옆의 정자와 운동기구로 증명할 수 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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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보니, 여기서 차 방향을 여유롭게 돌려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다보니 차들이 일방적으로 내려와 1단지쪽으로 빠져나가더라. 우리가 이 단지를 둘러보는동안 그렇게 지나가는 차가 3대였다.

중개인의 설명으론, 1단지 거주민이 차가 없으면 이 길을 타고 슬쩍 2단지에 가서 주차하기도 한다고 했으나... 현실은 그냥 마구 뒤섞인 주차난이었다.

지금 거주중인 일산 아파트도 네이버 부동산으로 보면 세대당 1.01대로 나오는데, 여기는 이것보다 훨씬 심한 주차지옥이었다.

+ 앞쪽 동(101동)에서는 맞은 편 폐축사에서의 악취가 그대로 날아왔다.

보상금을 위해 축사시설을 완전철거하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이 냄새는 봄, 가을에 창문을 열 수 없게 만들 것 같았다.

이렇다보니,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의 불편이 예상되어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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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에 있는 초월한라비발디는 23년 4월쯤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로 이제서야 전매제한이 풀려 매물이 슬슬 나오는 단계였다. 즉, 신축이다.

우리가 실제로 방문했을 땐 2월이었기 때문에 아주 빠른 입주를 했던 집 or 미리미리 시장에 내놓은 매물만 있는 단계였다.

2월달만 해도 전용 84는 5억을 넘고 있었고 전용 75기준 4.2~4.5억에 매물이 형성되어 있어 75매물을 몇 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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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매물이 마구 쏟아져나오면서 오히려 가격이 업되어 있는 반면, 실거래는 없다.

신축답게 팬트리도 잘 되어 있었고, 구축에선 찾기 힘든 커뮤니티 시설도 좋아 보이긴 했다. 주차장도 단지 내 지하로 잘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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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에 남은 시설좋은 신축에 대한 미련과 분노(ㅋㅋㅋ)

그러나 거의 모든 집들이 발코니 확장을 해버려 집에 발코니가 하나도 없었고, 신축임에도 불구하고 남향이 아닌 집의 경우 드레스룸쪽에 곰팡이가 있는 집이 있었다.

그리고 구축84를 보다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발코니 없는 전용75 내부가 많이 답답했다.

거기다, 단지 뒤쪽에 관리되고 있는 묘지가 있어 단지 절반 이상세대들은 죄다 '묘지뷰'였다(물론 방향과 구조에 따라 묘지가 아닌 아파트 정문쪽을 보는 집도 있긴 했음).

해당 묘지는 정씨인지 장씨인지.. 하여간 세도가(?)에서 관리인까지 두면서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서 밀어버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변 부동산중개인의 첨언도 있었다.

묘지뷰가 아니고 집 관리도 깔끔하게 되어 있는 매물을 보고 혹하긴 했으나, 마을버스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초월역까지 꽤 길게 걸어가야 한다는 점, 차를 끌고 간다 해도 아침에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점, 4억 넘게 주고 경기 광주에서 이렇게 출퇴근 할꺼면 차라리 지금 있는 일산이 낫다 싶은 생각이 들어 기각시켰다.

여기까지 돌아다니다 보니, 이 곳에 집을 구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

동네는 좋았다. 소란스럽지 않았고(뭐가 없어서 그렇지만). 그래도, 돈 벌러 서울로 다니는 사람들 입장에서 이 곳은 강남 출퇴근이 가능하고 학교도 보낼 수 있는 마지노선 지역은 맞겠지만, 좋은 선택은 아닌 것처럼 보여졌다. 판교까지 꽃아주는 경강선은, 판교까지 가긴 가지만 4량 열차였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의 콩나물 시루가 훤히 보이기도 했다(주말 오후 4~5시에 플랫폼에 가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봤는데, 주말 그 시간에 어마무시한 사람이 내리고 타는 걸 봤다).

심지어 초월에선 이마트를 가려면 경기 광주까지 차를 타고 쏴야 했다.

물론, 이런 말도 들어봤다. 첫 자가를 마련할 땐, 생활의 편함만 생각하지 말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집값이 오를 곳에 집을 구하라고.

근데, 광주역과 초월역 주변이 그렇게 오를 것 같지는 않았다 =ㅅ=.

지도로만 봐도 화려한 등고선이 보이는 이 지역에... 신축 아파트조차 저 언덕 위에 지어지는 곳에서 뭐가 형성이 될까 싶은 거지...

그래서, 시간을 갖고 좀 더 냉정히 생각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