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기(2) - 다른 곳에서 매물 찾기

2부에서는 경기 광주와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집을 찾으며 겪은 어려움과 고민을 다룹니다. 태창네스트힐, 태진아파트, 미성아파트 등 다양한 매물 정보와 함께 교통, 주차, 리모델링 필요성, 생활환경의 현실적 문제를 솔직하게 기록했습니다. 결국 부천 역곡역 인근 매물을 네고 후 가계약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을 전합니다.

내 집 마련기(2) - 다른 곳에서 매물 찾기

1편에서의 경강선 4량과 선택지가 별로 없는 '역 앞 아파트'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결국 우리는 광주에서 돌아온 후, (1)서울 안쪽 비교적 저렴한 집과 (2)서울 밖이어도 어쨋든 제대로 된 지하철이 다니는 곳(경강선 미안해..)쪽으로 중점을 두고 다른 매물을 찾기 시작했다.

예전, 유튜브에서 봤던 EBS채널의 다큐 프로그램 중 하나에서 '가난할수록 서울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쩌면 딱 그 짝이 아닐까 ㅠ_ㅠ?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 다음 매물을 찾아 계속해서 탐색하고 탐색했다.

당연하지만, 서울에서 5억 안쪽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외톨이X)는 정말 찾기 힘들다.

당장 네이버지도에 가격으로 필터를 걸어놓고 보면, 공용면적이 잘못 잡힌 원룸이 수두룩빽빽하게 나오고, 그게 아니면 외톨이 아파트가 나온다. 말이 좋아 외톨이 아파트지 그냥 필로티 구조의 빌라다.

외톨이가 아니면? 동 두 개 정도 있는, (준)외톨이 아파트가 많았다.

예를 들어, 아래의 태창네스트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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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는 화곡동에서도 까치산역과 화곡역의 중간즘에서 다가구단지를 쭈~~욱 지나 언덕으로 10분하고 조금 더 올라간 곳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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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만으로 따지면, 초월한라비발디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높게 올라와야 했다.

의외로 주차는 전세대 지하화 되어 있고, 엘리베이터도 연결되어있어 주차편의는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아파트 바로 밑 삼거리에 마을버스도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 매물은 부동산이 아니라 당근직거래로 올라온 것을 보고 연락해서 봤던 것이었는데, 전용 55(공급 22평)정도에 4억짜리 매물이었고, 집주인인 신혼부부가 본인들 거주를 위해 정말 리모델링을 싹 해놓은 집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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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외관도 깔끔했고, 상태와 컨디션을 봤을 때, 그리고 서울 안에 있다는 점에서 선택지에 올려두고 천천히 생각을 해 봤다.

먼저, 이 아파트는 101동, 102동 모두 1~4라인은 제일 큰 면적인 32평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면적들은 나름 거래량이 꽤 있는 편이다(101동 5~6라인은 28평, 102동 5~6라인은 22평).

근데 그 마저도, 집값이 확 뛰어버리기 전까지만 거래가 활발하고, 그 이후엔 몇 건 없고, 거래가격 자체도 아직 상승기 거품이 안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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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매물인 가장 작은 22평은 세대수도 작고, 수요도 없어서 그런지, 거래건 자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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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콩이 났다.

여기까지 보고나니 이걸 4억주고 사는게 맞나? 싶었다.

직접 스탑워치를 켜고 역까지 내리막길을 걸어보고 다시 오르막길을 걸어봤는데 각각 12, 13분이 나왔다.

여름에 퇴근할 때는, 버스정류장에서 죽치고 앉아 마을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릴 내 모습이 절로 보였다.

그리고 부동산은 잘 모르겠지만, 재정비, 재개발지역이 되지 않는 이상 이 곳에 재건축은 없을 것 같았다.

지도를 보면 전부 바둑판으로 나누듯 쪼만한 사각형으로 번지수가 나뉘어져 있는데,

이게 다 다가구/빌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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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정비구역으로 선정되지 않는 이상, 저 많은 가구를 어떻게 통합해서 재건축을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부동산들은 '숲세권'이라고 타이틀을 갖다 붙였지만 이는 곧, 산 때문에 언덕을 높이 올라와야 하는 집이라는 얘기이기도 했다.

이 언덕을 어떻게 하지 않는 이상 재건축을 해도 앞쪽 빌라단지를 하지, 이 태창까지 올라오진 않겠다 싶었다.

거기다 심지어, 복도식 구조였다(세대 자체는 한 층에 2개). 그래서 전용55인데 복도식이기까지 하니 정말 좁아보였다.

그래서 최종 기각.

그 다음 본 건, 양천구 신월동의 태진아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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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으로만 따지면, 태진1동아파트로 한개동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공급평형 종류만 놓고 보면

21, 22(A,B), 27, 32, 37, 43평으로 베리에이션이 꽤 있는 편이었다. 세대수는 위의 태창네스트힐과 비슷하다.

우리가 부동산을 통해 보려던건 22A형이었고 이게 세대수가 엄청 적은건지 시세/실거래가가 일절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집 앞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버리는 바람에 더 비싸게 올라온 다른 집만 두 개 보고 나왔다.

네이버에는 평면도가 없었으나 직접 들어가보니 평균적인 구축구조 그대로 갖고 있는 집이였고, 우리가 본 매물 전부 구형 인테리어 그대였으며, 전등까지 어둑어둑한 형광등을 사용하는 바람에 집 전체가 갑갑하고 어두워보이기까지 했다. 그 때문에 덩달아 안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상도 어두워보일 정도였고, 심지어 철제샷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샷시 주변의 곰팡이는 보너스. 그래서 매매하고 실거주로 들어가려 한다면, 집 전체를 뜯어 고쳐야 하는 집이었다. 그대로 살 순 없었다. 절대로.

그런데, 중개인에게 리모델링은 무조건 해야 하는 집으로 보이니 네고를 칠 수 있겠냐고 물어본 순간, 중개인이 요새 인건비가 올랐다고 한들 리모델링 비는 별로 비싸지 않니, 저기 몇 호도 최근에 샷시 교체를 했는데 300밖에 안 썼다느니(왈왈) 하면서 그런거 얼마 안하니까 그냥 매매하시라는게 아닌가. 일 참 쉽게 하시네

그래서, 별세계에 사는 것 같은 중개인때문에 기각.

중개인이 이상하면 거래가 끝나고도 골치 아파진다.

그 다음 본 건 나보다도 늙은 화곡의 초고령의 미성아파트(87년생), 중앙하이츠(88년생)였다.

각각 3개동, 4개동 있는 아파트로 면적도 꽤 나와주는 곳이지만 복도식이다.

맨 처음 조건에 복도식NO가 있긴 했지만, 한정된 예산 속에서 한두가지의 조건 정도는 포기를 할 수도 있지라고 하며 일단 후보지에 올렸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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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선 중앙하이츠는 주차대수가 심상치 않았다(0.46대).

그리고 실입주민 리뷰에 적나라하게 '여기 살 바엔 맞은편 미성아파트를 가라'는 댓글이 있었다(헐).

실제로 미성아파트는 주차대수도 세대당 1대정도는 나와주고, 전체적으로 평수도 더 컸으며, 단지 내부도 더 깔끔했다. 그리고 두 아파트 모두 KB시세와 매물가격들이 크게 차이나고 있지도 않았다.

태창네스트힐이나 태진아파트 보다 지하철역 접근성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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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평수라면 복도식은 계단식보다 작을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우리가 느끼는 복도식 집 구조의 (상대적인)답답함과, 한 복도에 수많은 집들이 같이 있다는 부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다 이미 집값만 5억을 조금 초과했는데, 리모델링까지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예산초과는 자명했다.

그래서 가보지도 않고 기각.

몇 가지를 살펴보고나니 서울 안쪽에서 멀쩡한 매물을 싸게 찾는 건 많이 어려워보였다.

그렇다고 돈은 돈대로 주고 저 멀리까지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용인 수지도 살펴보고

처가랑 가까운 파주 운정에서 신축에 돈 좀 쓴 다음 GTX를 타고 출퇴근을 할까(2인 GTX교통비 > 기름값)

빌라는 신축이어도 많이 싸던데 그냥 안고 죽을까(ㅋㅋ)

같은 소리도 하면서 정말 지도를 오래 봤던 것 같다.

안고 죽을까 했던 빌라는 이거였다(물론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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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그 아래에서 주상복합을 하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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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지도로 매물을 찾을 때 여러 번 봤으니까.

그런데 내 눈엔 이 주상복합은 다른 주상복합이랑은 조금 달랐다. 적은 세대수와 나름 큰 면적에도 불구하고 관리비가 여타 아파트 수준인데다가, 지하주차장으로 세대당 1대의 주차가 가능했다.

사진으로 보는 매물의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빌라를 안고 죽을꺼면 차라리 이걸 안고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왜냐? 주상복합은 주변이 시끄러워서 그렇지 사실 교통은 좋은 편이니까. 심지어 이건 코 앞에 지하철 역이 있고 뒤에는 홈플러스가 있었다.

그리고 주상복합의 특성상 내부를 올 리모델링 할 때 자유도도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

그렇지만 찌의 주상복합을 향한 극강한 반대로 결국 여긴 선택지에 올라가진 못했다.

그렇게 주상복합이 빠꾸를 먹은 후 그 주변 지도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경기 광주, 초월이나 태창네스트힐, 태진아파트 같은 곳과는 다른, 확연한 생활권(?), 상가(?)의 차이가 눈에 잡혔다. 그러면서도 역곡역 주변만 집값이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는 것도 보였다.

물론, 지도상으로 보이는 저렴한 집값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매물분류는 아파트지만 실제는 빌라나 다름없는 매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로 부천은 그 위의 7호선이 지나가는 쪽이 더 비싸다. 신축도 그 쪽이 더 많고.

1호선이 지나가는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구축이다. 그나마 외톨이가 아닌 아파트 중에서 역곡e편한세상(역곡e-편한 5차 아님)이 2011년에 준공승인이 난 445세대짜리 아파트고, 그 위에 부천동부센트레빌 1,2단지가 697세대에 2005년 준공승인 정도다. 그 외로는 빌라가 많다. 까딱하면 태창네스트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이 인근의 매물을 하나하나 제대로 클릭해가며 살펴봤다.

그렇게 매물을 보면서 역곡역 주변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1호선의 노후화로 인한 급행열차에서의 고통을 호소하는 댓글 말고는 딱히 나쁜 걸 찾지 못했다.

주변 부동산 가치야 대충 지도만 봐도 위쪽 7호선이 지나가는 곳이 더 비쌀 것이라고 알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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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LR클럽

그러다가 찌가 괴안동쪽 매물 링크를 보내줬다.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정도 걸리는 곳에 외톨이 아파트도 아닌 아파트였는데, 전용59로 크진 않았지만 내부 올수리는 되어 있었고 보일러까지 교환했다고 되어있었다. 주차도 세대 1대는 나와줬고.

퇴근하고 집에 온 직후였는데, 홀린듯이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당장도 보러 갈 수 있다고, 근데 보러 가기전에 가격이 좀 맞았으면 좋겠다고 하며 아반떼 깡통 가격을 네고쳤다.

거기엔 내 나름대로 네고가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먼저, 매물 가격이 부동산 상승기 이전의 가격으로 돌아와있긴 했지만, 조금 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일제히 담합한듯, 서로 다른 부동산에서 비슷한 가격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있었다. 시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대충 주변 호가에 맞춰 같이 던져놨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건 즉, 찔러보기 나름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찍힌 실거래가는 내가 네고친 금액대와 비슷하거나 더 낮았다. 이건 아마 내부리모델링 여부에 따른 금액 차이도 있었을 것이다.

될려면 엎어져서 코가 깨져도 되는 법이다. 태진아파트와는 다르게 중개인이 정말 협조적으로 말을 전달해 의사가 있다는 답을 알려왔다!!. 그래서 7시에 차 끌고 와이프랑 저녁에 부천으로 집을 보러 갔고, 최종적으로 모닝 깡통 가격을 네고해주기로 합의본 후 그 자리에서 가계약금 천을 넣어버렸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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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러 부려따...

원래 처음에는 부천지역을 볼 생각은 없었다. 부천은 원래 차 많은 동네, 교통량 많은 곳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 1호선이 헬일 것도 당연히 예상 가능했다.

그렇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집을 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는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매일 출퇴근 반복 한 시간씩 총 두 시간을 운전하는 것도 이미 지치고 있었기에, 지옥철이어도 이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최초 집을 구할 때 조건이었던 '대중교통만으로 40분 끊기'는 달성하지 못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이전하려는 이전예정지까지 45분~50분 정도 걸리기에, 도어투도어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결론내리고, 다음날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맨 처음 스스로 걸었던 조건 충족여부를 따져보자면,

  • 아무리 비싸도 5억을 넘을 수 없음(상태가 구릴 경우 리모델링 포함) = Y
  • 정책대출(보금자리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KB시세와 실거래가격이 너무 차이나면 안됨 = Y
  • 지하철 역과 지나치게 멀 수 없음 = Y(쪼끔 애매함)
  • 대중교통으로 소요되는 시간만 고려할 때 강남으로의 편도가 40분 이내로 끊겨야 함 = N
  • 세대 전부 주차할 순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지하주차장이 있어야 함 = Y
  • 복도식 NO = Y

로 대부분의 조건을 만족하면서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이 다음의 내용은 보금자리론 진행과정에 대한 얘기가 될 것 같다.

아직 잔금일이 도래하지 않았기에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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