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늦게 쓰는 호주 시드니 신혼여행기 - 2일차

신혼여행 둘째 날 페더데일 야생동물공원에서 캥거루, 코알라, 쿼카 등 다양한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블루마운틴 선셋 투어로 멋진 자연 경관을 즐긴 실감나는 체험기.

엄청 늦게 쓰는 호주 시드니 신혼여행기 - 2일차

아침에 늦잠자고 일어나 전날 사온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어봤다. 와이프가 자기꺼 맛없다고 하나 바꿔달라 해서 바꿔 먹어봤는데 맛만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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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안에 캡슐 커피와 머신이 있어서 그것도 야무지게 내려서 같이 먹었다. 얼음은 데스크에 전화하면 갖다줌!

여행 와서 커피 먹고 싶을때마다 뛰쳐나가서 카페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가, 숙소에 복귀했으면 편하게 퍼질러져있고 싶었던 우리에게 요 캡슐커피들이 상당히 괜찮았다. 맛이 나쁘지도 않았고, 데스크에 전화하면 추가로 더 주기도 했다.

그렇게 먹고나서 페더데일 동물원 & 블루마운틴 선셋투어를 위해 전철을 탔다. 첫 날 걸어다녀보니 현지인들의 백팩에 왜 물병이 하나씩 꽃혀있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었기에, 우리도 준비해간 백팩에 물병을 하나 꽃아서 들고 다녔다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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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데일 동물원과 블루마운틴은 시드니에선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주로 투어업체를 이용하는 편이다.

업체들은 매일매일 예약을 받고 픽업장소에서 관광객을 태운 뒤 차량으로 이동하여 투어를 진행하는 식이고, 블루마운틴 외에도 판매하는 상품종류가 몇 가지 있었는데, 우리는 블루마운틴과 쿼카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 투어만 진행했다.

페더데일 시드니 야생동물 공원 · 217 Kildare Rd, Doonside NSW 2767 오스트레일리아
★★★★☆ · 야생동물 공원

처음엔 동물원이라 그래서 막 기대했는데 정확히는 '야생동물 공원'이었다(몰랐음,.. 블로그 쓰면서 검색하다가 알게 됨).

내부를 둘러보는 건 동물원과 다를 바 없지만, 잘 꾸며놓은 동물원의 느낌은 아니었다. 규모는 큰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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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얼마나 야생적(?)이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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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는 우리 밖을 뛰쳐나와서 아무데나 마구 뛰어다니고 비둘기들이 날아와서 우리 안에서 같이 지내는 정도다 =ㅅ=

입구에서 가져갈 수 있는 안내 책자에는 곳곳에서 동물모양 스탬프를 찍으면서 돌아다니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실제론 햇살이 엄청 따갑고 더워서 정신없어 죽겠는데 동물우리 쪽은 미스트처럼 물을 계속 뿌려대서 축축하고, 앞은 눈부시고, 이 길이 저 길 같고, 돌던 데만 미로처럼 빙빙 정신없이 돌기만 했다 =ㅅ=.... 심지어 출구쪽에는 아래처럼 모든 스탬프를 다 모아놨기 때문에, 여기에 목숨 걸 필요도 없었다(배신,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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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는 코알라는 못봤던 것 같다. 더위 식히라고 달아준 얼음물에 딱 붙어서 자거나 그냥 자거나... 자는 코알라들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코알라는 인형 아닐까?

곳곳에 캥거루 우리가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이 먹이를 뿌리고 던져놨는지, 내가 먹이를 아무리 뿌려도 얘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심지어 뿌린 먹이가 캥거루 몸통위에 떨어져도 얘들은 날 쳐다도 봐주지 않았다... 즉, 얘네는 이미 풍족했다.

고로, 입구에서 파는 4달러짜리 먹이통은 살 필요가 없었다. 밑에 사진 첨부하겠지만, 이거 고스란히 반납한다.

보다 보면, 조류도 은근히 많았고,

도마뱀도 있었다.

그냥 뱀도 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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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펭귄들도 있었다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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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거북이도 있었고.. 이름도 모를 동물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망의 쿼카는... 확실히 가이드분의 말대로 몸값이 비쌌다. '엉덩이밖에 못 볼거다' 라는 말을 듣고 간 그대로였다.

그래도 얼굴을 조금은 볼 수 있었다. 저어쪽 구석탱이에서 말이지..

팔을 쭉 뻗고 확대를 잔뜩 한 사진으로 겨우 좀 보이긴 했지만, 육안으론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것도, 원래는 구석에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낮잠자고 있다가, 사육사가 와서 얼음물 주고 보듬어주다가 자리 비운 사이 잠깐 활동적으로 움직인 걸 운좋게 본 수준이었다 ㅠ_ㅠ.

쿼카까지 보고 나면 할 일은 나가는 것 밖에 없는데, 그 곳에는 이렇게 제대로 쓰지도 못한 먹이 반납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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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미리 알았더라면 나도 사지 않았을텐데 ㅜ.. 싶었지만 이미 4달러 지불한 후였고..

출구는 곧바로 기념품점과 이어졌다.

여기서 회사 동료들에게 나눠줄 답례품 일부(오프너)를 구매했는데, 어차피 이런 류의 아이템은 페더스 마켓에 넘쳐난다는 걸 이 땐 몰랐다 ㅋㅋ.

강한 햇빛과 땀을 흘리며 돌아다닌 탓에 열심히 드라이한 머리가 초갓집 지붕마냥 폭삭 내려앉을 때 쯤에 링컨스 락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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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랜 이렇다할 스팟은 아니었다가, 블랙핑크 제니가 사진을 찍고나서 포토 스팟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한국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어가는 곳이 되어서, 모든 투어업체가 여기와서 공장처럼 줄 서서 사진을 찍는 곳이 되어 있었다. 우린 그.나.마 조금 빨리 간 편이라 1시간 조금 안되게 기다리고 사진을 찍었지만, 우리 뒤로 왔던 다른 투어업체는 1시간보다 훨씬 더 기다려야 했다.


근데 이제... 더운 곳에서 기다리는 것까진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날벌레가 정말 많았다. 그냥 가만히 서 있는데 귀에서 앵앵 거리고 잠깐 움직임을 멈추면 다리에 10마리씩 와서 붙었다. 이건 좀 짜증났다..


지평선부터 반대쪽 지평선까지 시야가 넓게 탁 트인 멋진 곳이라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 많았다. 뭘 해도 배경이 다 해준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곳에서도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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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상 정상에 올라갔을 때의 시야와는 완전히 다른, 저 끝까지 평탄하고 넓게 펼쳐진 시야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 선셋까진 시간이 조금 남아 화장실도 쓸 겸 가이드분의 인솔 하에 웬트워스 팔스 호(Wentworth Falls Lake)로 이동했다.

웬트워스 팔스 호 · 오스트레일리아 2782 뉴사우스웨일스 주 웬트워스 팔스
★★★★★ · 호수

너무 더웠던 나머지 도착하자마자 계수대에서 바로 세수를 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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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상태 거의 그대로 놔둔 곳이라고 설명을 들어서인지, 자연친화적인 공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호수 주변이 흙바닥 그대로라서 그런건지.. 저쪽 한 편에서 현지인들이 수영까지 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아무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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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또 산책로는 잘되어있어서 컨셉샷 찍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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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커플이 산책하는 컨셉

공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이른(?) 저녁식사를 위해 카툼바 마을로 이동했고, 호주에서 먹는 중식이 궁금해 중식점을 찾아가봤다.

Three Sisters BBQ Chinese Restaurant · 198 Katoomba St, Katoomba NSW 2780 오스트레일리아
★★★★☆ · 중국 음식점

매장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메뉴판 사진을 미쳐 못 찍었는데, 메뉴 종류가 약 60~80개 정돈 되는 걸로 기억이 난다. 우리는 그 중에서 Chili Chicken, Chili Beef, King Prawns with Soft Noodle 세 가지 요리를 주문했고, 제로 콜라도 함께 주문해서 66.90달러를 지불했다. 당시 환율로 60,778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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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리 닭고기는 실패하기 어려운 메뉴여서 그런가 맛있었다. 왕새우가 들어간 국수는... 약간 짠 편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와이프 왈 : 난 그냥 짜던데). 문제는 칠리 비프. 우리에게 이 요리는 소태를 먹는 것 같을 정도로 정말 많이 짠 요리였다. 덕분에 가게를 나온 후에도 목이 마른 것은 물론, 입이 너무 텁텁해질 정도였다. 입가심을 할 커피 한잔이 정말 절실했는데, 보이는 몇몇 군데의 카페들은 모두 영업 종료 상태였다. 문 빨리 닫는 호주 문화가 여기서 또...!

식사 후엔 세자매봉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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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시스터스 · Katoomba NSW 2780 오스트레일리아
★★★★★ · 명승지

이 곳에서도 가이드분이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와이프가 눈을 감아버렸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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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간 것을 기념하기 위한 곳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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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 벽돌 지형이 없던 곳인데, 기념비를 세우고 전망대(?), 난간(?)을 저만큼 확장한 거라고 한다.

이렇게 시간을 잠시 죽이다 선셋 투어를 위해 다시 링컨스락으로 돌아왔고, 오자마자 이쁜 손하트 사진을 하나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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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이 때의 경치가 정말 강렬하고 멋있었다. 얼마나 멋있었냐면, 땀도 좀 나서 꾀죄죄해지고 더위에 지친, 아무 반바지나 입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적당히 걸터앉아서 찍은 사진도 그럴듯해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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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 장딴지 보소..

사진 찍고 뻘짓을 좀 하다보면, 금방 어두워지고 해가 떨어진다. 이 쯤부터는 날씨가 조금 시원해져서 살만해졌다.

해가 떨어질 때쯤, 지평선이 그라데이션으로 깔릴 때 쯤엔 아래같은 사진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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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밤이 되고나니, 지평선까지 쭉 다 트였던 그 넓은 하늘에 별이 무수히 많이 깔렸다. 별이 하늘에 가득 담겼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밤하늘 사진을 남길 수가 없었다는 점... ㅠ_ㅠ 대체로 흔들리면서 번진 사진들이라 건진 게 없었고, 색채를 담아낼 수가 없었다. 갖고있던 미러리스의 번들렌즈, 핸드폰 렌즈 모두 택도 없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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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찍힌 하늘은 눈으로 봤던 것의 1/1000도 담아내지 못했다. 내 똥손을 탓해야지

그래도 마지막으로 카톡 프로필배경으로 쓸만한 사진도 건질 수 있다.

날씨가 흐린 날이 적지 않은 편이라 허탕치는 날도 많다고 하는데, 우린 다행히도 하늘 가득 깔려있는 별도 볼 수 있었고, 그런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랄까(오글).

전체적으로 정말 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던 투어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이드가 리뷰를 강요하면서 쓰라고 하기 전까지는


투어가 끝난 후 면세점 쿠폰을 주며 특정 면세점을 홍보하는데, 가보면 면세는 맞는데 그냥 가격이 높았다... =ㅅ=.

주로 판매하는 품목이 캥거루 가죽으로 만든 허리띠, 캐시미어 목도리, 마카다미아, 프로폴리스 상품, 영양제 등이었는데 마카다미아, 프로폴리스 등은 페더스 마켓에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영양제도 로컬 마켓을 찾아보는 쪽이 더 저렴하며, 특정 브랜드, 특정 영양제를 찾는 게 아니라면 그냥 아이허브를 쓰는 게 훨씬 나은 수준.

특히, 호주의 심혈관 위험도가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와 함께 '폴리코사놀' 영양제가 기념품으로 정말 좋다는 이야기가 기억나서 찾아보니 폴리코사놀MVL이라는 영양제를 무려 5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일반 폴리코사놀과의 차이는 밀크시슬 성분이 추가되었다는 것 정도 뿐인데...

그래서 우린 한국 돌아와서 아이허브에서 폴리코사놀과 밀크시슬을 따로 주문해서 잘 먹고 있다.


집결지에 다시 도착했을 땐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숙소에 물이 없어, 물을 사기 위해 근처에 열린 마트를 찾던 중 한인마트(직원도 한국인)가 있어서 들어갔더니 세상에, 삼다수가 still water보다 저렴했다(대체 왜). 그래서 야식으로 먹을 컵라면을 사와서 어제 산 망고와 함께 냠냠했다.

피곤하긴 했지만 만족한 일정이었다!

* 호주를 여행하다보면 이런 전봇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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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특이하게 생겼는데, 이 전봇대의 정체는 내부에 방부제를 꽉꽉 채워넣은 가로수 그 자체다. 방부제 처리를 아주 강하게 해 놓았기 때문에, 썩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수명이 다 한 이후에도 방부제 때문에 썩지 않아 처치 곤란이라고 한다.

이런 가로수를 수거해서 바이오차를 생산해내는 사업에 대해 투자 검토를 한 적이 있어 사진으로는 본 적이 있었는데, 현지에 와서 보니 좀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