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늦게 쓰는 호주 시드니 신혼여행기 - 3일차
3일차 본다이 비치 여행기, 지하철과 버스 환승으로 도착해 아이스버그 수영장과 팬케이크 맛집 bills 방문, 하이드 공원과 세인트 메리 대성당, 시드니 천문대까지 둘러본 이야기.
블루마운틴 투어를 다녀와서 새벽에 잠들었더니 피곤했는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예정했던 본다이 비치로 향했다.
이 날은 숙소에서 조금 걸어 Victoria Cross역으로 가 지하철(metro)을 이용해야 했다. 구글 지도가 그렇게 시켰다.

3일차 정도 되니 전철(Trains)과 지하철(metro)로 구분된 대중교통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선도나 그 역할을 볼 때, 둘 다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도 지상으로만 다니는 경의중앙선이 지하철 사이에 섞여있으니까.
차이점이 있다면, 지상 2층 차량으로 다니는 것이 트레인, 지하에서 단층 차량으로 다니는 것이 메트로 정도? 그리고 여행 당시에는 몰랐는데, 메트로는 무인(!)이라고 한다.


지하철 내부는 우리나라와 똑같았다.
단, 한국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와 제일 다르게 체감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암내...=ㅅ=...였다.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은 몸에서 향기가 난다'라는 말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첫째날에 트레인을 타고 이동할 때와 둘째날에 블루마운틴 투어 집결지로 이동할때까지는 경황 없고, 적응하는 중이었어서 느낄 겨를이 없었는데, 3일차인 이 날은 비교적 밀폐된 대중교통에 올라타면 공기중에 무리지어 떠다니는 작은 암내입자들이 코로 달려드는 이미지가 쉽게 연상될 정도로(윽) 암내가 스멀스멀 매캐하게 흘러 들어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음... 이거 좀 참기 힘들었다. 코가 장아찌마냥 절여지는 느낌 ㅠ_ㅠ
인종차별 발언 아님; 이건 인종의 차이로 발생한 문제임..
아무튼 그렇게 Bondi Junction까지 이동했다. 이 곳에서,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본다이 비치로 갈 수 있다.
이 곳도 쇼핑과 문화의 중심지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버스 환승센터 같이 꾸며져 있었다.
팻말에 써 있는 버스 번호를 잘 보고 타면 별 특별한 문제는 없다.


버스를 타고 본다이 비치에 도착했더니, 바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잠시 구경하다가 아이스버그 수영장 쪽으로 길을 따라 걷다가 배경 좋은 곳에서 사진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아이스버그 수영장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더 내려가면 코스털 워크라는 해변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갈 수 있었는데, 사전조사가 부족해 그걸 몰랐다.
(물론 알았어도, 이 때 더워서 안하려고 했을 것 같긴 하다 =ㅅ=.)
막상 바다에 왔는데 수영을 안하니까 할만한게 없었다. 해변 구경 하고, 수영장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러고 나니 정말 할 게 없어서 팬케이크를 먹기 위해 bills로 이동했다.


가게는 대체로 현지인 손님들이 많은 편이었고, 종업원 분들은 조금 바쁜 편이었다.
메뉴판은 입구에 붙어있었고, 매장에 들어가서도 프린트된 메뉴판을 자유롭게 가져가서 주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블로그 쓰다보니 느끼는건데.. 어디 가면 가게 입구랑 메뉴판은 습관적으로 찍어놔야겠다...
bills의 메뉴구성은 시간대에 따라 아침 / 점심 / 저녁마다 조금씩 상이하게 구상되어 있다.
자세하게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 참조!

이 곳의 팬케이크 메뉴 이름은 ricotta hotcakes, banana and honeycomb butter로 이 단일 메뉴만 32달러였다. 결코 저렴하진 않다.
한 입 훔쳐먹어본 바로는... 그냥 달달한 케이크에 달달한 시럽을 뿌려 먹는 달달한 음식이었다. 단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와이프 픽 : 플랫화이트 레귤러(5.5) + 팬케이크(32)
나는 스크램블 에그가 곁들여진 발효빵(scrambled eggs and toasted iggy's sourdough)를 주문했다. 당시엔 처음 보는거니까 먹어봐야지 싶은 마음으로 주문한건데, 블로그 쓰면서 검색해보니 Iggy's sourdough는 유명한 천연발효빵을 만드는 브랜드의 빵이라고 한다.
모르고 먹을때도 빵의 단단한 겉껍질은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났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고소해서 굉장히 맛있다고 느꼈는데 잘못 느낀 것이 아니었다(안대 쓰고 먹었으면 흑백요리사).
이 메뉴는 22달러였다.
아침 메뉴로는 이 발효빵만 따로 구성되어 있는데 (11.5달러), 점심엔 스크램블 에그랑 같이 구성된 메뉴밖에 없다.


내 픽 : 아이스 롱블랙 라지(6.5) + 천연 발효빵(22)

한편, 가게 내부에서는 오너인지 직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직원 분이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테이블에서 스몰 토크를 하고 있었다.
우리 테이블에도 오긴 왔었는데 짧게 몇 마디 나누고 다음 테이블로 갔다. 아마 검은 머리 관광객들은 스몰 토크 문화랑 친숙하지 않다는 걸 아는 게 아닐까(ㅋㅋ).
(우리에게 수영하러 왔냐고 묻길래 그건 아니고 구경만 하러 왔다고 했더니, 잘 생각했다고 이래뵈도 아직 들어가면 춥다는 말과 함께 몇 마디 하다가 그냥 갔다 ㅎ_ㅎ.)
다 먹고 계산을 하러 가자, 굉장히 무표정하고 심드렁하고 조금은 재수도 없어보이는 여직원이 카드리더기를 내밀면서 팁을 주겠냐고 물어봤다. 호주는 팁 문화가 없는데,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니 혹시 줘야 하는건가 싶어서 나도 모르게 +10%를 클릭했다...=_=
그래서 우린 (32+22+6.5+5.5) * 1.1 + 카드 수수료 = 73.68달러(66,636원)를 결제하고 나왔다... 나와서 와이프한테 팁을 대체 왜 주냐는 핀잔을 3번쯤 들었다 ㅜ.
잘 먹고 나와서 길을 건너 가는데, 길에 횡단보도가 없었다. 아래 사진의 길이었는데, 차선이 좁고 생활도로 같은 곳이어서 그런지 현지인들도 횡단보도 없이 마구잡이로 길을 건너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현지인을 따라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우회전 하던 한 차에서 별안간 백인 여성이 창문을 열고 우리한테 괴성을 질렀다.
그 괴성이 단순히 '소리를 질렀다'가 아니라... 레지던트 이블에서 좀비로 변해가는 희생자들이 지르는 비명같았다. 진짜 '괴물 소리'.
당연히 우린 진짜 개깜짝 놀랐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이 써글년이 깔깔깔 쳐웃고 가는게 아닌가? =ㅅ=
백인이 우리에게 인종차별을 한 것인지, 그 백인이 그냥 미친년인건지. 해외를 많이 안 다녀봐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후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다이 비치에서 돌아온 우리는 첫 날 방문했던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도서관을 다시 방문해 동생에게 선물할 하드커버 노트를 구매했다.
진짜 이것만 사고 나옴.


기념품점에 있는 다양한 노트류 상품 중 하드 커버 + 뚜껑 + 디자인 + 내부 속지 구성 등 맘에 드는게 이게 유일해서 구매한건데,
가격은 36.95달러(33,456원)로 좀, 많이, 굉장히 사악한 가격을 자랑한다.
그러고 나서 하이드 공원의 분수대를 보러 갔다.

전체적인 공원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자유분방했다. 우리나라도 분수대 있는 녹지공원에 가면 그냥 잔잔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과 똑같다. 분수대 앞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이 간간히 있는 편이었는데, 많지 않은 편이었고, 우리도 굳이 사진 찍을 생각은 안했다.
이 바로 옆에는 세인트 메리 대성당이 있다.

들어가면 미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소란을 피우면 안되고, 각 입구마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금지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각 입구쪽에 서서 줌을 땡겨서 몇 장 정도 찍었다.


우리가 관광할 때도, 사진 찍지 말라는 거 뻔히 보면서 안에 들어가서 대놓고 찰칵찰칵 소리내면서 사진 찍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좀 보였는데.. 그러지 맙시다 ㅠ_ㅠ.
성당을 빠져나와, 성당 앞에서 다른 한국인 관광객분께 부탁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는데... 우리가 너무 작게 나왔다 ㅠ
우린 그 분 이쁘게 잘 찍어드렸는뎅....... 쪼꼼 아쉽...

길을 건너니 한적한 하이드 공원 잔디밭이 보여 카메라 세워놓고 잽싸게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하이드 공원도 봤고, 성당도 봤으니 다음 관광지로 가기 전에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어 스타벅스를 찾아 들어갔다. 왠만하면 스타벅스 말고 다른 카페를 가고 싶었지만, 더운 날씨에 지쳤고, 심지어 지도로 찾은 근방의 카페들이 전부 만석이어서 선택지가 없었다.

스타벅스는 어디를 가도 동일한 품질과 경험을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곳 호주에서 '롱 블랙'이 아닌 '아메리카노'를 어떻게 기재해 놓았을지 궁금하긴 했다.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메뉴판을 봤는데 Iced Long Black (Iced Americano)라고 적혀있었다...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였다=_.

매장이 생각보다 좁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곳이다보니.... 역시 암내가 진동을 했다.
음료만 마시고 후딱 나왔다..ㅎ
카페인 보충 후 시드니 천문대로 출발했다. 시드니 천문대를 가기 위해선 서큘러키(Circular Quay)로 이동해 거기서 도보로 더 록스까지 이동해야 했다.
여행 준비를 위해 다른 블로그들을 찾아볼 때 '서큘러키'라는 단어로 표기하는거 보고 아무 생각없이 서큘러키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서큘러 퀘이'였다(!).
우리는 이번에 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트램에 탑승 할 때는 근처 전봇대에 있는 태그기에 오팔카드를 꼭 태그해줘야 했다. 트램 내부에서는 카드를 태그할 수단이 없고, 그 상태로 간간히 수행하는 부정승차 검사에 적발당하면 곤란할테니 꼭 태그해야 한다.
영어로 대화해야 함 + 근데 억양이 미국식이 아니라 알아듣기 힘듬 + 무임승차의 의도가 없음을 증명해야 함 = 총체적 난국

이 곳에 도착하면, 왼쪽으로는 하버 브릿지를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오페라 하우스를 볼 수 있다.


다들 여기서 사진 찍기 바빴는데... 우리는 이 곳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피자와 파스타를 먹기 위해 쿨하게 떠났다.
심지어 2AM의 조권이 여기서 여러 대의 카메라와 함께 인터뷰중이었는데 우린 슬쩍 보고 쏘쿨하게 갈 길 갔다.
이 식당은 미리 정해두고 온 식당이 아니라, 구글 지도 보고 아무렇게나 찾아온 식당이었다.
주 메뉴는 피자와 파스타류였고, 약간 이른 저녁 시간에 찾아갔기 때문인지, 야외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는 상태였다.
먹다 보니 자리가 다 채워지긴 했지만.

우린 미트 러버 피자,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각자 이름이 끌리는 맥주를 한 병씩 골랐다. 내가 고른 맥주는 Victoria Bitter였고, 와이프가 고른 맥주는 Crown Lager였다.


'호주니까 고기가 들어가면 다 맛있을거야'라면서 시킨 피자는 평타 이상은 쳤다. 파스타는 조금 짠 편이라 남겼다. 워낙 친숙한 메뉴다 보니 그냥 무난하게 잘 먹었던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먹은 메뉴는 뭐 대단하게 특색 있진 않았다.
지불한 비용은 78.76달러로 71,339원 정도였다.
밥을 든든하게 먹은 뒤, 약한 오르막 경사를 10~15분 정도 따라 올라가자 하버 브릿지가 보이는 시드니 천문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문대 뒤쪽의 언덕에서 이런 도심 풍경과 함께 하버 브릿지를 볼 수 있다.

이미 사람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지만, 각도와 위치를 잘 조절하면 우리가 전세낸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ㅎ.


같은 위치, 전혀 다른 모델 품질
해 떨어질 때 석양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세팅한 관광객이 굉장히 많았다. 근데 그 사람들이 전부 카메라를 하버 브릿지 쪽으로 세팅하고 있었는데, 정작 서쪽은 하버브릿지를 정면으로 봤을 때의 왼쪽이었다.
관광객들 모두 카메라 세팅해두고 한 눈 팔고 있다가 허둥지둥 카메라를 들고 이동하는 장면은 살짝 웃겼다.


이 때쯤, 하버 브릿지 주변에 조명이 켜지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줬다.

해가 떨어지고 난 뒤,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기 위해 Barangaroo역을 향해 내려오던 중 야경이 멋진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지명은 Nawi Cove라고 하는 것 같다.

위 사진은,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다 내려와서 찍은 사진이고, 길을 내려오기 전 언덕에서 보면 아래같은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3일차 관광을 여기서 마치고 최종적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냉장고에 산더미같이 사 놓은 식자재를 먹어 치우기 위해 소세지를 한 팩 굽기로 했다.
그런데... 소세지에 칼집을 내기 위해 식칼을 대고 슥 그었는데, 칼날이 아무 저항 없이 소세지에 푹 들어가는 게 아닌가?
상상했던 손맛이 아니라서 어리둥절하면서 한참 동안 소세지를 살펴봤다. 알고 보니 여긴 소세지조차 평범하지 않았다.
겉에 비닐막 같은 건 없었고, 말만 소세지지 그냥 고기 그 자체였다. 고기를 갈아서 뭉쳐놓은 것?


그래서 다 굽고 나면 완전히 익힌 고기와 똑같은 색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육즙도 있고 맛도 풍부하다.
이런 소세지가 2팩에 10달러라니... ㅠ_ㅠ 하면서 호주인을 부러워하다가 피곤해서 바로 뻗어서 잤다! 3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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