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늦게 쓰는 호주 시드니 신혼여행기 - 4일차

맥도날타운 Pastizzi Cafe에서 느낀 느린 서비스와 평범한 맛의 아쉬움, 그리고 시드니 중심 헤이마켓에 위치한 패디스 마켓에서 저렴하고 다양한 기념품 쇼핑 경험

엄청 늦게 쓰는 호주 시드니 신혼여행기 - 4일차

이 날은 숙소에서 아침을 간단히 때우지 않고 점찍어둔 카페를 가기 위해 일찍 트레인을 탔다.

트레인을 타고 한 번 환승까지 해서 도착한 곳은 Macdonaldtown 역이었다.

이름은 굉장히 힙한데, 경치는 한적한 교외같았다.

맥도날타운 · 오스트레일리아 2015 뉴사우스웨일스 주 이블레이
오스트레일리아 2015 뉴사우스웨일스 주 이블레이

이런 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자 목적했던 카페가 보였다.

Pastizzi Cafe - North King Street · 109 King St, Newtown NSW 2042 오스트레일리아
★★★★★ · 몰타 레스토랑
image-sydney-honeymoon-4-7.webp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1시 반 정도였는데, 주방은 12시쯤부터 오픈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은 커피를 두 잔 주문했다. 나는 아이스 롱 블랙, 와이프는 아이스 라떼였다. 그리고 주방이 열리기 전에 음식을 선주문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된다고 해서 음식 3개(!)를 미리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은 구운 감자(Roast potatos with rosemary & garlic), 비프 라자냐(Beef Lasagna), 뇨끼(Gnocchi Quattro Formaggio)였다.

image-sydney-honeymoon-4-8.webp
이 빨대는 수작업으로 자르는 건지, 전부 길이가 천차만별이다.

날씨가 더워서 얼음이 금방 녹아버려 커피물이 되어버릴 정도였는데, 심지어 비도 쏟아져서 쾌적한 상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음식을 받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이 카페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11시 반에 도착해서 미리 음식 주문을 넣을 때, 가게 내부엔 손님이 한 팀도 없었고 위의 사진처럼 야외 테이블에 이미 음주(?)를 즐기고 있던 손님 한 팀 밖에 없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은 이후 왼쪽 테이블에 다른 외국인 남성 두 명(영국인으로 추정)이 자리를 잡았고, 오른쪽 테이블에 다른 한국인 커플이 온 게 전부였다. 그런데, 12시에 시간 맞춰온 다른 현지인 단체 손님들의 음식이 약 20분만에 제일 먼저 나왔고, 그 이후에야 우리 왼쪽의 다른 외국인 손님의 음식이 나온 뒤, 우리 음식이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 그 사이에 카페를 찾은 다른 현지인들의 음식도 계속해서 먼저 나오고 있었다.

음식 사진찍은 시간을 보니 12시 40분이었는데, 주방이 12시에 열리는 걸 감안한다 해도, 너무 늦게 받은 시간인데다가(심지어 선주문을 하지 않았는가), 음식을 제 때 한 번에 받은 것도 아니었다. 우린 라자냐와 감자만 먼저 받을 수 있었고 뇨끼는 그로부터 10분이나 더 지난 12시 51분이 되어서야 받아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동안 머저리같이 앉아만 있던 것도 아니었고, '영어를 못해서 멀뚱멀뚱 당하는 바보같은 역할'도 아니었다. 종업원을 불러서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얘기하고 카운터에 가서 주문이 누락된 것은 아닌지, 조리를 하고 있는건지 까먹은건지 3~4차례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확인해보겠다'는 말뿐이었고 순서는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었다. 사정을 제대로 설명받은 것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현지인 테이블 음식이 먼저 나오고 있는 광경은 그냥 차별 그 자체였다.

이 카페에 대해서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현지인 맛집이라느니, 양이 혜자라느니 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맛이 특출난 것도 아니었다. 호주의 외식 물가를 생각할 때 '다른 가게와 비교할 때 가격이 조금 낮다' 수준일 뿐이다.

우리도 여행 준비하면서 라자냐와 뇨끼가 맛있다는 블로그 글을 몇 개 보고 아침도 안 먹고 일부러 방문한 곳이었는데, 정작 우리가 주문한 것 중 제일 맛있는 건 감자였다 ㅡㅡ. 나머진 그냥 흔한 토마토 페이스트 맛과 화이트스러운 치즈맛이다.

사진 귀퉁이에 보이는 건 갈릭 브레드인데, 주문한 적 없는 걸 갑자기 턱 갖다줘서 뭐냐고 물었더니, 이것도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니가 갖다줬잖아.

한 10분 뒤에 와서 'for free'라고 설명해 주는데 아마 늦게 주는 것에 대한 사과표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어차피 배터지게 먹겠다는 포부로 많은 메뉴를 주문한 우리에게 갈릭 브레드 두 조각이 와닿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숙소가 이 근처거나, 이 근방을 관광하다가 방문할 예정이라면 모를까, 우리처럼 이 카페를 목적으로 해서 멀리까지 이동하는 건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여하튼 그렇게 기분을 잡치고 페디스 마켓으로 이동했다.

패디스 마켓 · Shop R1.05/13 Hay St, Haymarket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 · 시장

맨 처음 우리가 여행계획을 세울 때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충격적이게도 6박 8일 중 여행일정의 절반(3일)이 흐림 예정이었다. 그래서 우린 '쇼핑을 흐린날에!'로 정해두고 계획을 세웠었는데, 그 '흐린 날'이 이 날부터였다 ㅜ_ㅜ

페디스 마켓은 헤이 마켓쪽에 있는 곳으로 시드니에서 살 수 있는 잡화류 기념품은 대체로 전부 이 곳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시드니를 여행하면서 볼 수 있던, 코알라나 캥거루 관련 상품이나, 유리로 된 하버브릿지 모형 등의 기념품, 뭐 기타 등등은 여기 다 모여있다고 보면 된다. 페더데일 동물원 기념품점이나 다른 곳에서 호갱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바로 아래 사진들 중 맨 처음 사진은 가방에 거는 코알라 클립 인형인데 시내 기념품점이나 면세점 가면 최소 10달러부터 값을 메기고 있다.

시드니 시내에 있는 초비싼 면세점에서 팔던 가죽 관련 제품도 여기가 오히려 더 저렴했다.


자신의 자제력이 높지 않다면 이 곳에선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각 점포를 들어가면 바구니 같은걸 주면서 살 거 편하게 담도록 권유하는데, 개별 상품 가격이 좀 저렴해보이고 바구니도 있어 담기도 편하니 마구 퍼담다보면 계산기 앞에서 자신의 암산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절절하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ㅅ=.

점포가 많은 만큼 같은 상품도 점포마다 1~2달러씩 차이가 나니까, 충분히 구경한다는 느낌으로 둘러보면서 살 것을 정하는 것이 좋다.


비누는 좀 신박한 아이템이었다. 온갖 향이 나는 비누들이 여기에 다 모여있는데 레몬그라스, 구아바, 수박 등 향을 맡으면 그 향이 물씬 나서 하나정도 충동구매할만한 아이템이었다. 우린 실제로 이거저거 많이 골라 잡아 갖고 와서 양가 부모님께 나눠드렸다.


근데 개별포장이 되어있지 않고, 대량구매를 해도 종이봉투에 5~10개씩 쑤셔넣어서 주더라. 그래서 일부러 선물용 봉투를 따로 몇 장 구매하고 우리가 쓸 비누만 좀 따로 담기 위해 종이봉투만 2~3장 정도 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지금 있는 종이봉투로 오늘 하루를 버텨야 한다'는 쌉소리를 듣고 구매취소욕구가 확 올라오긴 했다.


가져온 비누는 사용해본 결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처음의 좋은 향은 점점 사라진다. 비누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가보다.

기타 그 외 사진으로 찍지 못했지만, 껍질을 직접 까서 먹는 마카다미아도 있었다. 한국에서 유명하게 팔리는 제품이나 기타 시내 기념품점에서 파는 마카다미아는 이미 모두 껍질이 까져있는 상품인데, 이 곳에선 껍질 째 로스트된 마카다미아를 구매할 수 있다(바닐라맛 원츄).

또, 다른데선 비싸게 파는 프로폴리스 관련 상품(치약, 스프레이 등)이나 포포 크림(브랜드 상이함) 등도 여기서 구매하면 된다.

심지어 가발을 다루는 점포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페디스 마켓에서 첫 날 구매한 기념품을 모아놓고 사진을 찍어보니 아래처럼 테이블에 늘어놔야 하는 수준이었다

image-sydney-honeymoon-4-20.webp
좌측 상단의 초콜렛들을 제외하면 99% 페디스 마켓 상품이다.

'첫 날'이라고 표현한건... 우리가 이 땐 마음을 못 정하고 보류중인 것들이 있었다가... 다시와서 더 샀기 때문이다 =ㅅ=.

신혼여행 후 양가 부모님 드릴 선물과 회사에 돌릴 기념품세트 만들 걸 생각하니까... 이렇게 사게 되더라. 사진 속에 기념품은 굉장히 많은데 이 중에 우리 건 거의 없다.

(막상 우리 부부 모두 물욕이 별로 없는 것도 한 몫 했다.)

귀국해서 이 때 페디스 마켓에서 쓴 결제내역을 살펴보니

image-sydney-honeymoon-4-21.webp
상품들이 저렴해 보이는 건 착각이다

312.94달러... 대충 283,524원을 소비했다 =ㅅ=. '첫 날'에만.

나와서 근처 Coles를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여긴 또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image-sydney-honeymoon-4-22.webp

시즈닝된 닭가슴살들이나 아니면 햄버거 패티같은걸 이런 식으로 판매하고 있었고, 그 아래 매대에서는,

image-sydney-honeymoon-4-23.webp

여러 종류의 닭고기 요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측 하단엔 닭고기 패티도 있었다.

이 닭고기도 궁금했던 우리는 여기서 닭고기 한 팩을 구매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숙소 주변에 ALDI Corner Store라는 곳을 구경갔다가

ALDI · 99 Mount St, North Sydney NSW 2059 오스트레일리아
★★★☆☆ · 식료품점
image-sydney-honeymoon-4-24.webp

아래의 말도 안되는 닭다리(Drumsticks)를 보고 이것도 덜컥 구매해 버렸다. 이건 다음날에 조리해먹었는데 진짜 사기템이었다.

image-sydney-honeymoon-4-25.webp
40분 조리하라고 쓰여있는 닭 한 팩에 10.02달러(약 9,077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숙소 주변 술가게에서 애플 맥주 6병짜리 묶음을 하나 사와서,

Coles에서 사온 닭고기를 먼저 구워 먹어봤다.

image-sydney-honeymoon-4-28.webp

이것도 정말 맛있었다. 8.5달러 정도(7,700원) 주고 산건데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다. 글을 쓰다보니 여기서 사먹었던 것들 중 거를 타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이 날부터 오븐을 이용해 스테이크를 본격적으로 구웠다.

image-sydney-honeymoon-4-29.webp
사진만 봐도 먹고 싶다.

특히 이 곳에선 아스파라거스 한 묶음이 5달러(더 저렴한 것도 있음) 가량이었고, 먹기 좋게 잘린 양송이도 4달러 정도였기 때문에, 스테이크와 함께 준비할 가니쉬로 너무 좋았다.

후라이팬보다 더 많이, 더 이-븐하게 구울 수 있는데다 Coles에서 구매한 트러플 스파이스를 뿌려서 그런지 처음 구웠던 스테이크보다 훨씬 더 상태가 좋았고, 그냥 오븐에 넣었다가 꺼냈을 뿐인데 어지간한 레스토랑보다 맛이 좋았다.

단점이라면, 오븐 내 팬이 제대로 작동을 안해 오븐을 열 때 연기가 뭉게뭉게 덩어리진 채로 천장으로 솟구친 뒤, 화재경보기를 0.2초 정도 울렸다는 것...? 다행히 이 정도 아주 살짝 울린 것 정도로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았다.

이 날 이후, 우리는 숙소에서 오븐을 열 때마다 부채질을 신나게 했다...

식사를 마친 뒤, 4달러 정도밖에 안하던 냉동 레몬케이크를 꺼내서 먹어봤다.

생긴 건 정말 허접하기 짝이 없는데(사실 커팅하고 조각을 놓고 보면 이쁜데 먹기 바빠서 사진이 없다), 맛은 놀라웠다.

우선 나는 개인적으로 레몬케이크를 정말 좋아해서 도레도레 카페에서 판매하는 조각당 7천원이나 하는 레몬케이크를 가끔 사먹는 편이다.

근데 정말 가격이 너무하다고 느껴질 정도라 ㅠ_ㅠ 먹고 싶어서 카페를 찾아갔다가도 레몬케이크가 품절이라고 하면 안도하는(?) 웃픈 날이 많았다.

그런 내가 이걸 먹어보고 나서 처음 한 말은...

뭐야 이게 더 맛있어...

였다...

레몬케이크에 기대할 수 있는 레몬의 신 맛과 약간의 달달함, 그리고 치즈케이크라서 느낄 수 있는 진한맛 모두!! 내 입맛엔 이쪽이 훨씬 더 압승이었다. 레몬케이크 좋아하시는 분들 호주 가면 꼭 사드셔보시길 추천!!!! 심지어 냉동케이크라 차갑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더 존맛탱!!!!!!!!!!!

이렇게 먹을 거 맛있게 먹고 드라마 좀 보다가 4일차도 잠에 들었다. 4일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