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타던 차를 팔게 된 사건에 대하여

어느 날 계기판이 먹통이 됐다

내 첫 차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였다.

고가의 차량과는 거리가 멀고 고급 브랜드의 차량도 아니었지만 내 첫 차였던지라 의미가 크고 소중한 차량이었다.

그러나, 주행 중 사소한 차량의 오류들이 주기적으로 우릴 괴롭히고 있었다. 방지턱을 넘으면서 조금이라도 덜컥거린다 하면 계기판이 곧바로 ‘전방 충돌 감지 보조 시스템 사용할 수 없음’이라는 메세지가 어김없이 나타났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뜬금없이 메세지가 나타나며 크루즈가 풀리기도 했었다. 고속도로에서 ‘의도치 않은 타이밍’에 크루즈가 풀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겨울에 해가 낮을 때, 연차 쓰고 쉬는 날 찌를 회사에 직접 데려다주기 위해 올림픽대로를 타는 날에는, 차도 역광에 눈부신지 전방 센서가 먹통이 되는 날도 비일비재했다. 시끄러운 경고음은 덤. 지나치게 잦은 오작동에도 불구하고 센터를 방문하면 ‘이상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라디오 모듈을 리콜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심하면 연결이 끊겼다. 한 번 연결이 끊긴 폰은 재시동을 걸기 전까진 절대 연결이 되지 않는 굉장한 편식성은 덤. 이럴 땐 급하게 찌의 핸드폰을 재차 연결해서 사용해야 했다(내장 네비가 없었다).

키가 차 안에 있음에도 키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키를 차 안에 넣어놓고 다니는 일은 (원래도 생각 안하지만) 아예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최상위 RS트림에 가용 가능한 옵션을 다 때려박아도 차량가액이 3천을 넘지 않는 미친 가성비의 차량이었고, 집 인테리어 할 때 자재도 우여곡절 우겨넣어서 다닐 수 있었다던가, 무겁고 큰 서버 컴퓨터를 옮긴다던가, 집 이사할때도 귀중품들을 차에 꽉꽉 채워서 직접 옮길 수 있었다던가… 하는 사소하고도 실생활적인 만족감이 굉장히 컸었다. 일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수없이 많은 얌체 끼어들기를 방어하며 연비와는 거리가 먼 주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편도 아니었고, 3종 저공해로 분류되어(1,199cc) 공영주차장 반값 할인(!!)도 꿀이었다.

그래서 엔진오일도 7천마다 갈고, 손세차 하며 애지중지 2년 넘게 타고 있었다.

그러던 올해 1월 어느날, 처가에 들렀다가 집에 출발하기 위해 시동을 켰는데 차량의 계기판 등 인포테인먼트 화면 전부 일절 들어오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동을 끄고 바로 다시 켜봤지만 여전히 화면은 깜깜무소식이었고, 한글로 나오던 시스템 메세지는 왠 영어로 쏼라쏼라거리고 있었다.

검은 화면에 영문 시스템 메세지만 출력되고 있었단 뜻이다 =ㅅ=.

이 헤프닝은 시동을 끈 채로 한 10분 정도 방치해서 시스템이 완전히 종료된 후 다시 시동을 걸고나서야 종료되었다.

중고차 판매를 결심하다

주행 도중 안드로이드 오토가 끊기는 것은 사실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결함은 아니었지만, 이번 계기판 먹통은 이야기가 달랐다. 더 심각했던 점은, 내 휴대폰은 안드로이드 오토가 연결된 것으로 인식해서 네비화면이 전체주행경로만 띄워주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주행 중에 이번 일이 닥쳤다면, 나는 내 주행속도도 어림짐작으로 계산해야 했다는 이야기다.

점검을 받아서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1차적으로 조금만 덜컹거려도 먹통이 되는 센서도 못 잡는데, 이걸 어떻게 수리를 받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2차적으로 당시 파업으로 서비스센터 점검 자체가 불가능했다. 직영 서비스센터도 전부 철수해버린 마당에,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면 이 차를 어떻게 더 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차를 뽑은 지 3년도 되지 않았던 시점에, 과감하게 차를 판매하기로 결심했다. 타인이 보기에 사치100%인 이 결정을 찌가 반대하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입찰 모집

시장가격 탐색 및 예측

먼저, 같은 차종이 중고차시장에서 얼마 정도에 팔리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 직접 딜러를 찾아서 흥정해서 판매할 생각은 없었고 무조건 헤이딜러, 엔카 등을 통해 판매하기로 q방향을 정했다. 그러고나니 차를 판매하기로 결심한 뒤의 일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차량을 판매하기로 결심했을 당시 내 트랙스는 약 4만 5천 km를 주행한 상태였다. 그리고 원래는 차량을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엔진오일을 교체한 것도 얼마 안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 외에 애지중지하면서 탔지만, 차를 뽑은지 얼마 안됐을 때 긁어먹은 부분이 좀 있긴 했다. 먼저 휠 2짝.

그리고 조수석 1열 및 2열 휀다에 붓펜처리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매일 자유로를 달리며 출퇴근하다보니 유리에 돌이 날아온, 일명 돌빵도 하나 있었다.

주행거리와 상태를 점검한 뒤엔 중고차 플랫폼에서 비슷한 상태의 차량을 찾아봤다.

사실 위에 써놓은 부분들은 대체로 대부분의 중고차가 가지고 있는 정도의 상태고, 대부분 딜러 측에서 공업사를 이용해 염가에 처리되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아주 큰 영향은 없다.

이 부분이 좀 놀랐던 부분인데, 트랙스가 그 가성비로 인기가 있는 차량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중고가 방어도 상당히 잘 되고 있었다.

엔카 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을 찾아봐도 이 정도 차량의 소비자 구매가격이 2,100만원~2,200만원 정도에 형성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는 건, 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대충 1,950만원 ~ 2,060만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왔다.

(기타 그 외 튜닝은 아예 없었다. 흔한 식빵등도 안했다. 사고가 없었으니 보험 이력도 한 건도 없었다.)

헤이딜러 제로경매

제일 먼저 헤이딜러에 방문견적을 신청했다. 내가 예약한 시간에 알아서 회사로 찾아온 평가사가 차량의 전체적 상태부터 감가사유가 될만한 부분들을 점검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 때 몰랐던 부분을 평가사가 발견해서 알려줬는데, 조수석 2열에 문콕이 있었다 ㅡㅡ

있는 줄도 몰랐던 문콕이었다. 차를 구매한 후 점점 뜸해지는 세차 간격 사이에 발생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간 후 차종, 년식, 키로수, 사진 등이 등록되고 당일 오후 9시였던가…부터 경매가 시작된다고 해놓고 오후 4시가 되자마자 경매 시작 알림이 왔다(엥).

내가 직접 딜러를 만나는 일 없이, 48시간 동안 올라온 정보만을 가지고 딜러들이 입찰을 하는 방식이었고, 중간에 내 마음에 드는 가격이 있으면 경매종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판매할 수도 있었다. 경매가 종료되면 다시 72시간의 시간동안 판매여부를 결정할 시간이 주어지며, 무조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경매가 시작되고 나서 나는 다시 엔카를 호출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 차량은 헤이딜러를 통해 2,025만원에 판매되었다)

엔카 비교견적

헤이딜러 경매가 진행중이었지만, 약간의 차이라도 있다면 둘 중에 더 잘 나온 곳에 팔겠다는 생각으로 동시에 엔카 견적도 진행했다. 헤이딜러와 마찬가지로 평가사 분이 오셔서 차량의 이곳저곳을 촬영하고 점검하고 엔카에 등록한 뒤 경매가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근데 이 곳에서도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도장면 불량 부분이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보이는 것이긴 한데, 조수석 2열 창문 위의 부분이 살짝 들어가 있었다. 어디서 쉽게 문콕을 당할 위치도 아니고… 차량 출고 때부터 이랬을 것이 분명했다.

여하튼 이렇게 점검이 끝나고 경매가 시작된 뒤, 엔카쪽에서 최고 입찰가가 들어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헤이딜러 경매에서는 내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낮은 입찰가(~1,700만원대)만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 때 바로 팔아버릴까 고민하다가 아직 더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가만히 놔두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엔카는 딜러가 자신의 입찰 가격을 다시 내려버릴 수가 있었다;

다음 날, 다시 경매 현황을 확인해보니 동일 딜러의 입찰가격이 확 내려가 있었다.

이 때, 살짝 얼척이 털린 나는 엔카 경매 추이는 더 이상 살펴보지 않기로 결정하고, 헤이딜러 경매 추이를 살펴보는 한편, 케이카 방문 견적을 요청했다.

케이카

케이카는 위의 두 건과는 다르게 직영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그래서 방문평가까진 동일하지만, 그 자리에서 매입가를 제시받고 판매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케이카 평가사 분이 방문했을 땐, 헤이딜러 경매가 종료된 시점(최고가 1,975만원)이었고, 최종 역제안으로 +50만원을 붙여서 2,025만원이 된 상태였다.

(헤이딜러 제로경매만을 이용했을 땐, 판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태지만, 역제안까지 했을 때는 다르다. 역제안을 하고 최고입찰가 딜러가 이를 수용해서 새로운 가격이 형성되었다면, 판매자도 더 이상 판매를 무를 수 없고, 정히 판매 불가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고객센터를 통해 취소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케이카 평가사 분에게 현재 헤이딜러에 2,025만원에 낙찰된 상태인데 이 가격보다 더 받을 수 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빨리 얘기해주셔서 고맙다면서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칼에 잘렸다 ㅜ.

이유인즉,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중고차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것은 맞고, 케이카도 트랙스 가격을 잘 쳐줘서 많이 매입해놨으나,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아 매입 기본가를 다운시켜놓은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만난지 5분만에 다시 인사하고 배웅해드렸다 -ㅅ-.

헤이딜러 판매과정

역제안

헤이딜러 제로경매를 통한 입찰이 끝난 후엔 최고가를 입찰한 딜러와 최종 경매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최종 입찰가가 맘에 들지 않는 경우 판매를 하지 않는 선택지도 있지만, 최종 낙찰가를 써낸 딜러에게 역제안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판매가를 너무 올리면 이번엔 딜러측에서 거절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무튼 여기서 나는 내가 예상한 판매가의 중간값을 생각해서 +50으로 역제안을 했고 1분만에 딜러가 승낙해서 판매가 결정됐다.

이 때부턴, 판매를 함부로 취소할 수 없고, 판매예정일 등을 임의로 입력지연시켜 판매취소시켜버릴 경우 헤이딜러 이용이 거절된다고 한다.

사실, 가격은 이 정도 될 것이다라고 생각해 놓고도, 누군가 이 가격을 부르면 당장 팔겠다고 내심 정해놓은 금액은 2,100만원이었다.

그 가격엔 미치지 못했지만, 케이카에서 매입해놓은 트랙스를 다 못 팔고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서류 준비

판매일정을 입력하고 나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두라는 알람이 온다.

자동차등록증 원본(당연)과 본인서명사실확인서만 준비하면 되는데, 매수자 인적사항을 제대로 입력해야 한다.

매수자 정보가 토씨 하나라도 틀리면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ㅠ.

이거 하나면 해결된다곤 하는데, 내가 참조했던 인터넷 글들이 전부 예전 것이라 그런지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뽑았길래 어차피 간 김에 혹시 몰라 인감증명서도 발급받았다.
(물론 필요없어져서 세절기에 갈아버렸다)

서류는 이렇게 자동차등록증과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두 장만 준비해두면 된다.

차량 인도(판매)

서류 준비, 판매 일정을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시스템에서 기사 배정을 시작한다.

실제론 1번 일정 변경을 해서 당일 오후 3시쯤으로 변경했다.

이후 당일이 되면 입금 및 준비물품에 대한 안내가 한 번 더 날아온다.

그리고 판매 예정일에 입력했던 시간이 다가오면 배정된 기사님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고,

탁송 전 기사님이 마지막으로 촬영한 계기판 사진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에 받은 계기판 사진의 주행거리는, 최초 헤이딜러 평가받을때보다 140km 증가해있었다.

기사님이 준비서류를 다 확인한 후엔 헤이딜러 측에서 바로 송금이 이루어졌고, 그 다음날에 바로 명의이전이 완료됐다.

결론적으로, 현장감가 같은 불필요한 일도 없고 내 시간도 별로 뺏기지 않고 여러모로 편리하게 차를 판매할 수 있었다.

심각한 결함을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은 이상, 판매 후에 태클 걸릴 일도 없어서 중고 판매자로서의 찜찜한 뒤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할만하다.

한두푼이 아니지 않은가.

마무리

판매 후기

자질구레한 증상이 불편하게 해서 판매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가격의 첫 차에 저공해자동차이기까지 해서 정말 이거 끌고 여기저기 빨빨빨 잘 돌아 다녔었고, 의미가 큰 차량이었다.

솔직히 당시 GM파업사건만 아니었다면 판매까지 가진 않았을 것 같다.

좀 많이 아쉽긴 해서 판매 전날 찌와 기념사진도 남겨놨다 ㅋㅋㅋ

스타벅스에 등록해놓은 차량을 잊고 해지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차량명의가 변경되어 자동차 정보를 삭제했다는 알람을 받아서 조회해보니 차량이 누군가에게 판매된 것 같았다.

정말 아끼며 탔던 차이니만큼, 구매하신 분이 만족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 나를 팔아넘기다니 ㅂㄷㅂㄷ

판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헤이딜러 앱에서 아래같은 창을 띄워줬다 =ㅅ=… 눈물샘 자극 작전인가?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헤이딜러 번호로 문자가 또 한 번 날아왔다…

이게 기분이 묘하다 =ㅅ=.

이후의 행보: EV5

이후 우리가 새로 뽑은 차는 기아 EV5다.

의도한 바는 아닌데 차를 팔고 나니 유류비가 폭증하고 2부제, 5부제 시행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나름 좋은 타이밍에 갈아탄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차가 크고 180도 폴딩이 되서 차크닉 하기 좋은 것도 장점!

번외 : 당근 중고차

이건 좀 피식해서 넣었다.

제로경매와 엔카경매 등이 한창 진행중일 때, 각 평가사 분들이 찍은 사진을 이용해서 당근에도 사진을 올려놨다.

나도 몰랐던 흠집도 다 발견됐고, 나보다 더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놨으니 나도 모르는 새 구매자를 속이고 하는 불상사는 없을 것 같기도 했고, 내가 마음 속에 정해놓은 금액을 일단 올려놓고 네고가 들어오면 적당히 받아서 팔 수 있으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근데, 회사도 아니고 당근에서 서론이 너무 길었다(피곤;).

그래서 그냥 얼마 생각하는지를 말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 때 헤이딜러 경매 최고가가 1,950만원 대였고 엔카 2,018만원 입찰가가 들어와있을 때였다… 물론 그 사실을 굳이 알려주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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